1950년, 18세 경기상고 1학년이던 책의 주인공 아버지는 그해 8월 2일 인민의용군으로 차출됐고 6개월 뒤 미군 포로가 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1년 5개월간의 지옥을 견딘 뒤 1952년 6월 29일 ‘민간인 억류자’로 분류돼 풀려났다. 경기상고에 복학해 졸업했지만 사회는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이칼라 은행원의 꿈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했더니 부역자 꼬리표를 떼려면 국군에 입대하라는 조언을 듣고 자원입대해 36개월을 복무하고 제대했다. 그러나 ‘사상이 불온한’ 민간인 억류자 꼬리표는 떼어지지 않아 어디에도 취직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가족들은 그 사실을 비밀로 해 자식들은 아버지가 왜 늘 화가 나 있는지, 왜 적성에 맞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화자인 아들은 아버지 행장을 쓰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는데 비로소 한 맺힌 가족사를 알게 되었다. 한 많은 가족사로도, 모욕과 수치의 현대사로도 읽히는 이 책은 일제와 해방, 전쟁과 서슬 푸른 반공국가를 견뎌온 모든 아버지 이야기이자 그 아들의 이야기이다. 시시한 사람의 특별한생애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