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그들 주변을 맴도는 감시자와 전달자, 그리고 범인 뒤틀린 현실, 누구도 믿지 마라!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주혁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내 수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옆자리는 비운 지 오래된 것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온 집안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다. 주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액자에 눈길이 닿았다. 그 순간, 주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액자를 천천히 집어 들었다. 분명 둘이 함께 찍은 결혼사진 속, 아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사라진 사람이 주혁의 아내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혁은 우연히 자신과 같은 처지인 정연, 장수, 보배를 만난다. 그들 말에 따르면 자신들의 가족 역시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물론이고, 그 어떤 기록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마치 원래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