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구술사를 들려주는 듯한 이재갑의 작업이 갖는 중요성은 고통 받는 누군가의 모습을 각인하기보다는 누군가의 고통이 얼마나 깊을 수밖에 없는지를, 그리고 고통 받는 타인과 우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음을 재고케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사진 앞에서 경험하게 되는 문화적 기억의 역설적 상황을 통해 진정한 전쟁의 가해자가 특정한 인간이기보다는 잘못된 제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예외적 상황에서의 권력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 정훈 기록자 이재갑은 자기 사진을 따라간다. 그의 카메라는 전쟁 기억의 구조물과 자신의 기록을 탐문한다. 그는 사진을 찍고 사진은 그를 데려간다. 이재갑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거나 내용을 이해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하나의 렌즈에 반사된 두 개의 장면을 기록하고 있을 따름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전쟁 기억탑을 찾아 일곱 해를 떠돌아서 그는 여기 이르렀다. 그 사이에 그 또한 기억의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