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표 시집『슬픈 암살』. 이번 시집을 보면서 그가 비록 오랜 시간 동안 시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서정시인이었음을, 예민한 시혼으로 고단한 현실의 바다에 깊은 그물을 드리웠던 시인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추론하게 된다. 오로지 시인으로서 세월을 견디어오면서 그는 자기 시의 세계를 더 넓고...
1부
간지럼을 탄다/ 곡/ 나는 이사 간다/ 페인트칠에 관한 기록/ 집/ 진돗개 소구/ 고양이 일가/ 아내의 경제력/ 식구가 줄었다/ 수명/ 이식/ 편도선/ 두꺼비/ 박달나무 꽃을 보았다/ 그해 여름 시인의 집
2부
톡,/ 톡, 톡/ 톡, 톡, 톡/ 눈부시다/ 기계/ 감옥/ 안부/ 소문/ 옛날 생각/ 아이는 겨우 세 살/ 장난감처럼/ 먼 산에 들꽃들은/ 약수터에서/ 봄
3부
내 나이에는/ 도화지란/ 화가 난 자로가 공자에게 묻기를, “군자도 가난할 때가 습니까?”/ 여생이 길지 않아/ 칼을 들고 동문을 나서며/ 천문/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니신가?/ 남행/ 그때는 참/ 춘투/ 긴 곡조의 노래에 이은 짧은 곡조의 노래_1/ 긴 곡조의 노래에 이은 짧은 곡조의 노래_2/ 고요한 밤 집집마다 문 닫고 자는데 성안 가득 비바람이 찬 하늘에 몰아친다. “점치세요!” 외치는 이 어느 집 자식일까? 내일 아침 쌀 살 돈이 모자라는 모양이다/ 격/ 세상에, 사려는 이가 하나도 없네/ 다보탑을 옮기는 법
4부
보험의 미래/ 과거시작법/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헤어진 연인을 불러내는 법/ 대인/ 부동자세/ 귀가 큰 사내는 언제나 오시는가?/ 슬픈 암살·1/ 슬픈 암살·2/ 슬픈 암살·3/ 다시 한 번 헤어진 연인을 불러내는 법/ 9.7pt./ 편견/ 착공/ 산골
해설 · 시적 간지럼과 망명시인의 귀환/ 우찬제(문학비평가, 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