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권의 사진을 보면 결코 하나의 피사체가 화면을 독점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있는 전체성이 담겨 있으며, 사진 속의 피사체가 맺고 있는 관계망을 통해 그 존재의 의미를 포착하고 있다. 하나의 존재는 우주적 관계 속에 있으며, 그와 같은 관계성이야말로 절집이 담고 있는 불교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권의 절집 사진에는 그런 관계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런 것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보이는 대로 찍어서는 불가능하다. 그의 사진을 보면 스쳐 가는 눈길에 우연히 포착된 것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관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담겨 있다. 그와 같은 탐구정신에서 그는 우리가 범상하게 보고 넘긴 공간을 통해 남들이 미처 그려내지 못한 이미지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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