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입니다. 지구는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바다로 끝날지도 몰라요.”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잠수함 대장정 《해저 2만 리》(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는 쥘 베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바닷속과 바다 밑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 이 책이야말로 ‘경이의 여행’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일 것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SF(과학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뛰어난 문학성을 갖춘 걸작이 된 것은 네모 선장이라는 등장인물의 신비로운 특성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모 선장이 잠수함에 ‘노틸러스호’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도 작가의 은밀한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노틸러스’는 라틴어로 앵무조개를 뜻하는 말인데, 지상과 인연을 끊고 잠수함이라는 조가비 속에 틀어박힌 네모 선장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요? _김석희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