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펴낸 그림책 13번째 작품 <작아진 곰 베리의 모험>은 한없이 가볍고 경쾌하게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같은 작가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경쾌함은 일반적인 모험이 가지는 두려움이나 비장감보다 설레는 봄의 소풍 길처럼 사뿐한 걸음걸이로 이국의 땅을 내달려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견고하고 단단히 쌓이고 덮인 웅장한 판타지의 입구를 새털처럼 가볍고 솜뭉치처럼 부들부들하게 만들어 버린다. 특히 매 페이지에 펼쳐지는 그림 속 커다란 여백이 만들어 내는 '비움'이란 공간은 독자에게 빈 만큼의 상상과 얘깃거리들을 채우고 더하려는 의지를 만들어 낸다. 결국 알게 모르게 어느새 현실의 공간은 판타지 공간으로 바뀌고 이 모든 상황이나 변화에 대해 그 어떤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독자들에게 하승우 어린이 작가가 창조한 간결하고 익살스런 상상의 공간을 종횡무진 가로지를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