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향한 애호의 마음을 “잘 부서지는 존재”들에 포갠 《아무튼, 연필》, 아픈 몸의 여성이 언어를 입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을 내밀하게 써내려간 《짐승일기》의 저자 김지승이 이번엔 사물들이 토해내는 이야기를 받아 적었다. 《술래 바꾸기》는 사물에 깃든 기억을 술래처럼 찾아다니며 “하나의 사물이 세계를 품었다 뱉는 아주 우연한 순간에” 흘러나온 이야기를 밀도 높은 사유와 위트로 꿰어낸 산문집이다. 의자. 모빌. 수건. 가위. 모래시계. 단추. 돌. 비누. 가발. 지도. 안경. 백지. 비석. 설탕과 얼음. 저자는 사물들이 연결되고 분열되다가 결국 각각 동등한 아름다움을 획득하는, 그리하여 세계가 잠시 오작동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했다. 이 삶에서 저 삶으로, 이 존재를 저 존재로, 이 시선에서 저 시선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위계와 이분법에 균열을 내는 유쾌한 시도.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시치미, 침묵, 거짓말과 과잉”으로 빚어낸 마술적 글쓰기는 우리 자신이 고정된 존재가 아니며, 이 세계 역시 단일한 무엇이 아님을 매혹적으로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