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현장이다. 거기 바람이 지나가고 물결이 치고 눈비가 내린다. 시는 쓸 때의 서정이고 쓸 때의 형식이므로 가로지르는 경우의 수를 다 거머쥐고 갈 수가 없다. 이론에는 이론가의 오기가 있는데, 시인에게는 그만이 이행하는 현장적 몸부림이 있다. 오기와 몸부림의 거리를 인정하자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시인은 서정과 반서정의 통합을 기치로 ‘풍경보’라는 지점을 정하고 부단히 시를 써왔지만, 그 사이 풍경과 사물이 정물처럼 놓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역사, 때로는 사랑의 현장이 되기도 하면서 굴절과 경계의 선을 넘나들었다. 그리하여 시집 『파주기행』의 시편들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산문의 제목을 「서정과 포괄의 시학」으로 전개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 놓은 것이다. 시인은 “이해가 되는 분들은 지긋이 웃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