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이번 시집 「에스프레소」에는 응축된 시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풍기는 ‘시 쓰기’의 간절함과 더불어서 시적인 언어에 끝내 닿을 수 없는 시인으로서의 필연적인 한계가 그것이다. 게다가 시집 내 작품들마다 드리운 어둠이 무척이나 짙게 다가오기도 한다. 스스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시공간(“악몽”)에 내몰린 자의 가냘픈 운명을 상기시키면서 또 한편으로 “웬만해서는 감성적 마음을 꺼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시인의 단호한 내면의 곡절이 작품들마다 벽처럼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