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단절 위기를 극복하는 쌈박한 방법 나이 차이를 넘어서는 소년과 할아버지의 우정 게임만큼, 아니 게임보다 좋은 것을 찾아서 환희는 밤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방학 때 근사한 곳에 가기는커녕 시골에서 지내는 게 싫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엄마 눈을 피해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엄마하고 오랜 실랑이 끝에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도 조금 늘렸다. 하지만 밤골에 온 지 이틀 만에 데이터가 똑 떨어졌다. 그러니 와이파이를 찾아 나설 수밖에. 환희가 휴대폰을 높이 쳐들고 공중에 휘두르며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드디어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잡혔다! 신호가 약하긴 해도 연결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연결되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밤골 마을 노인정, 그런데 웬 할아버지와 맞닥뜨렸다. 먹물처럼 까맣고 곱슬한 머리카락, 딱 붙는 티셔츠, 어울리지 않는 개량 한복 바지,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 헤드셋과 스마트워치까지… 시골 동네에 이런 차림새의 노인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어쨌거나 환희는 와이파이가 절실한 상황, 밤골 노인정의 무료 와이파이를 사수해야 했다. 게다가 환희 휴대폰은 게임을 하는 데 시간제한이 걸려 있었다. 노인정에 있는 컴퓨터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씀이 컴퓨터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단다. 노인정이 피시방도 아닌데 사용료를 내라는 게 이상했지만 간절한 쪽은 환희였다. 문제는 사용료가 심부름값이라는 것인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까마득해 보이는 건 과연 독자의 노파심일까? 환희는 와이파이를 쟁취하고 실컷 게임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