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의 시선으로 에도시대의 도시를 걷다 한양을 떠나 부산에서 바닷길에 오른 조선통신사 일행이 다시 뭍길의 여정을 밟기 시작하는 곳은 생각보다 내륙 쪽으로 깊이 들어간 오사카에서부터였다. 이후 최종 목적지인 에도(지금의 도쿄)에 이르기까지 육로로 이동하며 여러 도시를 지나게 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중요한 곳은 오사카, 교토, 나고야, 에도였다. 임진왜란 종결 이후 재개된 사행길의 조선통신사가 본 당시의 일본은 에도 막부의 치세 아래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었고, 도시는 그 발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왜란의 쓰라린 기억을 원형질처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던 통신사들에게 이 도시들은 어떻게 보였을까, 또 그들에게 어떤 복잡한 심사를 불러일으켰을까. 이 책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저자는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로, 조선통신사에 매료되어 30년 가까이 연구를 지속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행원들이 처했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숨결과 시선을 따라 그들의 내면과 그들이 보았던 바를 입체적으로 그리고자 노력하였다. 조선통신사가 직접 가고 머물며 관찰했던 일본 도시들에 대한 기록을 살핀 탐구는 아직까지 거의 없고 이 점이 우선 이 책이 지니는 첫번째 의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