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남이 낸 목소리에 목소리를 얹혀 세상에 대한 인식관을 피력해 왔다. 그런 만큼 늘 아쉽고 한계를 느꼈다. 내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에 얹히는 것이니 늘 남의 곁에 서서 손을 들거나 그에 따라 움직이는 투명 존재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목소리를 내겠다는 자의식이 이런 글 쓰기를 기획하게 된 가장 큰 동기이다. 비록 눈은 근시안이지만 근시안으로나마 보거나 들은 것을 나름 해석하고 분석해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이 동한 것이다. 흔히 문학은, 소설이나 시 등 창작 자체가 사회 비평적 성격을 갖는 것인데, 에세이 역시, 아니 더욱 사회에 대한 비평적 목소리를 갖는다. 그렇다고 이 글은 사회에 대한 목소리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우선 나 자신의 생각 없음의 소산인 어리석음과 무지, 태만, 책임 유기, 방종 등에 의한 잘못을 들추어내어 살아온 지난날을 차분히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정리하고 반성하는 목소리부터 먼저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