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만 해야 잘 사는 나라에서, 참말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 감감한 어둠 속 빛이 되어 줄 단 하나의 질문! “당신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거짓말하면 안 돼? 아니, 거짓말을 해야만 해! 거짓말은 보통 우리 사회에서 나쁜 의미로 쓰입니다.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은 나쁜 거야.” 보통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하죠. 그런데 여기, 그런 거짓말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라,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해서 코가 가장 긴 사람이 존경받는 나라,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조금 이상하고 기상천외한 나라, ‘코코코 나라’입니다. 긴 코가 어찌나 중요했던지 이 나라 사람들의 모든 것은 ‘코’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코를 가꾸기 위한 각종 시설과 장식물들이 차고 넘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도 모두 한결같이 ‘코’로 시작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긴 코를 우상시하는 이 나라 사람들에겐 거짓말하기란 밥 먹기보다 더 일상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나라에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쳐 옵니다. 곳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난데없이 픽픽 쓰러져 죽어갑니다. ‘Z-바이러스’라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겁니다. ‘이 나라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코가 길어도 너무 길어서 머리 위에 올린 사람, 혹은 한쪽 팔에다 코를 고정시킨 사람, 어깨 뒤로 코를 넘긴 사람이나 코를 귀에 걸친 사람들이었죠. 그야말로 코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었어요.’_본문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