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을 통해 복간됐다. 2011년 한 차례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간된 『그늘과 사귀다』는 2007년 첫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영광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에 이어 시인이 착안하고 있는 주된 이미지는 ‘죽음’이다. 추천사를 쓴 이장욱 시인의 표현대로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서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으며 “이 과묵한 리듬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죽음을, 죽음의 내부에서 또 부활하는 형용모순의 생명들을 근근이, 유려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변주”하고 있다. 아울러 한영옥 시인이 지적한 것처럼 “이영광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게 남고, 독자들은 그의 시를 통해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만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영광 시인에게 ‘죽음’이란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천국행」)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한 천국도, 지옥도 없는 듯해 보이는 ’죽음‘의 이미지들은 번뇌에 흔들리지 않는 그늘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