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여정이 있는 시가 좋은 이유는 나 같은 게으른 독자를 일으켜 세워 끌고 가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일상인에게 모든 시는 자신의 '맨얼굴'을 반추하게 하고 '맨얼굴'의 여정을 제시한다. 홍은택의 시는 상처로 출발한다. 그 상처는 아픔의 상처라기보다는 부수는 의미의 상처다. 가면을 깨는 상처 말이다. 상처가 아물면 흉터가 되듯이 홍은택의 일련의 기행시는 일상의 상처를 아물리는 여정인데 그 여정은 자연스레 폐허에 닿는다.
이 시집은 그 두 중심(나와 그대)을 잇는 그리움을 주조음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궤도는 일직선이 아니라 꼬불꼬불하다. 방황이 길수록 그리움의 넓이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1부가 공(空)의 언어로 적힌 것도 그리움이란 게 본래 없는 대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며, 2부가 여행시편의 형식을 띤 것도 그것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