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가을 강을 날아가는 백로의 흰 배가 물낯을 끌고 간다. 강함만리풍江含萬里風의 발생지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 둥지에 닿는다. 백로 그림자가 조약돌이 된다. 시다. 함순례의 시를 읽는 것은 희고 둥근 조약돌을 만지는 일이다. 조약돌을 꺼내어 물기를 닦는다. 이끼가 막 돋아나고 있다. 볼과 눈두덩에 다슬기가 옮겨온다. 목덜미로 가슴팍으로 마침표가 돌아다니는 것 같다. 시인은 온몸을 펄떡여서 조약돌을 낳는다.
삶의 곳곳을 순례하며 생의 주름을 포착하다!함순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혹시나』. ‘구체적 서사가 압축되고 풀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출되는 깊은 서정성’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시종일관 너그럽게 모든 것을 품고 쓰다듬는 ‘대모’의 시선으로 마주한다. ‘우리’들을 둘러싼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