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우리는 살고 있는 곳의 山水를 닮는다. 그럴 것이다. 탄생의 배경이 되며 거기서 나온 것을 먹고 자란 데다 사람은 가장 오래 바라보는 것을 닮으니까. 베두인족 눈에 사막의 지평선이 있듯 김수열 시인의 두 눈에는 제주의 푸른 수평선이 들어 있다. 그곳에서 쉬지 않고 출렁인다. 그의 큰 키 또한 한라산에서 왔다. 수직의 산세와 수평의 물결, 그 거대한 두 세계가 붙어먹어 새로운 DNA를 만들었으니 그게 이번 시집 『빙의』이다. 그가 높고 깊은 어떤 지경까지 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한창훈(소설가)
김수열 시집 『빙의』. 시인은 부유물처럼 떠돌고 있는 죽음을 삶 속으로 끌고 온다. 먹고, 보고, 이야기하는 일상 속에서 서로가 빙의되는 행위를 통해 지친 육신과 영혼을 묵묵히 다독인다. 이 시집은 생과 사를 선 긋지 않고, 존재의 있고 없음의 차이를 넘어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천연스레 독자와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