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나는 마치 영영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는 사람 같았다. 더이상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세상의 끝, 무엇에 대해서도 할말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말하기의 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쓰는 것이 불가능한 소설의 끝. 오리무중에 이르면 그곳에는 오리가 안개에 싸인 첩첩산중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디에도 없는 곳에 가면 어디에도 없는 사람 정도는 될 수도 있겠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 어디에도 없는 곳을 갈 수는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마음속으로 어디에도 없는 곳을 향해 어딘가를 가다보면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가고 있는 사람이거나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가고는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가느라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 정도는 될 수도 있겠지.
“이 세계에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 같은 것은 없었다.”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정영문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2012년 장편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로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큰 화제를 모은 정영문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