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 때 마지막이라는 걸 알 수 없어서 서로를 최대한 오래 끌어안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 나는 첫 번째 집에 사는 25년 동안 방 없이 살았다. 한 살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 방이 없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놀랐다. 그러나 방이 없는 생활은 힘들고 슬픈 동시에 기쁘고 즐거운 모든 감정을 내게 알려줬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자신의 방이 없었던 이가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머물렀던 사람, 머물다 떠난 사람, 차마 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의 방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이 쌓이고 쌓여 그의 방은 사면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는 어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창을 내어 빛을 들인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용케도 빛을 찾아낸다. 결국 이 이야기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방’을 넘어, ‘마음의 방’을 구축해 나가는 견고한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