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햄릿이 있었다.
햄릿은 늘 나를 지켜보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내가 이름을 지어 줬을 때도, 처음으로 보드라운 털을 만졌을 때도,
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그날에도.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사랑스럽고, 사색적인 나의 햄스터.
우리는 꼭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우리를 ‘가족’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가 송미경이 건네는, 다정하고 깊이 있는 질문
버려진 햄스터를 보자마자 가족이 되기로 마음먹은 아이, 미유. 미유는 얼마 뒤 엄마로부터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가족이 된, 입양아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는 그것이 ‘울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미유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다. 혼자 슬픔에 빠지는 밤이면 미유는 자신의 햄스터인 ‘햄릿’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는데 왜 나는 속상할까? 햄릿 너는 어디에서 왔니?
너에게 물어보지 않고 너를 데려와서 미안해…….
독특한 서사와 특유의 환상성으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송미경 작가는 『햄릿과 나』에서 더욱 섬세해진 시선으로 어린이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슬픔, 치유의 과정을 깊이 들여다본다. 미유가 입양되기 전날 엄마가 꾼 태몽에 착안해, 미유와 햄릿이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언젠가 함께하게 될 날까지를 담은 모예진 화가의 따뜻한 그림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독자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느 순간, 타인의 따뜻한 말로는 위로되지 않는 슬픔에 맞닥뜨리게 된다. 『햄릿과 나』는 그런 슬픔을 처음 겪게 된 아이, 미유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인 햄릿에 자신을 투영하며, 상처를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진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아름다운 이들의 이야기이다.
[도서 내용]
햄릿, 너는 어디에서 왔니? 엄마는 나를 처음 본 순간, 그 수많은 아기들 중에 내가 엄마의 아기라는 걸 알았대. 하지만 추운 겨울날 화단에 버려진 너를 만났을 때, 나는 네가 작은 땅콩인 줄 알았어. 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우리 집에 데려와서 미안해. 아픈 너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너랑 내가 생김이 다르고, 혈액형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