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역사가협회가 선정하는 ‘프랜시스 파크먼 상’과 인종차별 타파에 기여한 저작에 수여되는 ‘애니스필드울프 상’을 수상한 찰스 킹(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이 2700년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장대한 역사를 단 한 권에 집약해낸 『흑해: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유럽과 러시아, 중동이 교차하는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흑해 세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은 국내에 부재했다.
국제학 전문가이자 유라시아 지역 연구의 권위자인 찰스 킹은 흑해의 탄생부터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 창세기에 얽힌 ‘대홍수’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 영웅들의 모험, 오스만제국·러시아제국·소련으로 이어지는 열강들의 각축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전체사’를 써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이와 같은 역사의 거대 행위자들과 그들이 벌인 사건들을 망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민족’과 ‘국가’를 중심에 둔 종래의 역사 서술을 배격하면서, 이 지역에 등장했던 다양한 집단·종족, 문화, 경제, 종교, 도시 그리고 자연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나아가, 강제 이주와 제노사이드 등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된 이들의 존재 또한 놓치지 않고 포착해냄으로써, 흑해 세계의 진정한 전체사를 완성했다.
흑해는 언제나 역사의 변두리에 위치해왔다. 유럽과 아시아, 문명과 야만,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각 세계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흑해는 언제나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세계의 ‘끝’으로 여겨져온 흑해는 언제나 역사가 ‘시작’되고, 세계가 ‘연결’되는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