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불친절한 손님, 이별을 마주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그림책 『어느 날,』.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불러 음악뿐만 아니라 그의 글 자체에 매혹된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이별 앞에 홀로 선 모든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보듬어주고, 죽음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치유해줄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준비할 시간도 남겨주지 않은 채 아이에게 불쑥 찾아온 이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갑작스럽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동네 골목 풍경은 여전한데, 현관 앞 신발장에는 아직 할아버지의 구두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는데, 아침이면 약수터 가자고 방문을 벌컥 여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 할아버지는 이제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다.
돌아가셨다는 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아이는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 배꼽 인사하라며 꿀밤을 주던 할아버지가 왜 인사도 안 하고 그렇게 가셨을까, 아이다운 물음 앞에 잠시 감춰 왔던 감정이 소리 없이 솟구치고, 이내 할아버지의 죽음이 부재와 소멸이 아닌 밤하늘 저 너머 원래 계셨던 그곳으로 돌아가신 걸 거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그곳이 돌아간 이에게 행복감을 주는 아름다운 곳 일거라 소망하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