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우리말 사용이 금지되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말을 지켜라!
20세기 초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혼돈의 시대였어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호주와 아시아 등 지구 곳곳의 많은 나라들이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았지요. 식민 지배를 받은 나라에서 그 나라 고유의 언어가 사라진 역사는 무척 많아요.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게일어를 거의 잃어버렸고,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은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에스파냐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현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지요.
우리나라 역시 35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어요. 그중 10년 정도는 민족 말살 정책이 실시되어 한국어는 철저하게 탄압받았고, 우리 민족은 일본어를 사용해야만 했어요. 일본은 실생활에서만 일본어를 강제했던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엄격하게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며 한국어를 말살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어요.
“우리의 말과 글마저 빼앗기면 우리는 결코 우리나라를 되찾지 못할 것이다. 말과 글은 우리의 영혼이다. 영혼이 없는 허수아비를 되찾아 무엇 하겠느냐?”
국어학자 주시경은 비록 나라를 빼앗기더라도 우리의 정신은 빼앗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바로 우리말과 우리글이 우리의 정신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지키려면 사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주시경의 철학을 이어받은 조선어 학회 역시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제 강점기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학자들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요. 그리고 그것은 조선어 학회만의 싸움이 아니었지요.
“수도 한복판에서 쓰는 말, 빨래터나 시장에서 쓰는 말, 산간의 화전민이 쓰는 말 가릴 것 없이 모두 모아라!”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중들이었답니다. 사람들은 자기 동네의 말을 기록하고 뜻까지 풀이해 조선어 학회 사무실로 편지를 보냈어요.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말을 지키고 사전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선어 학회의 사업에 힘을 보탠 거예요. 이것이 바로 ‘말모이 운동’이랍니다. 이렇게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약 칠 년 동안 일만 개 이상의 단어가 모였어요.